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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원 칼럼] 디지털 시대의 문해교육

      실존철학자 마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언어를 존재의 집이라고 설명하면서 언어는 인간의 사고방식이며 존재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지만, 오히려 언어가 인간을 규정한다. 언어가 생각을 규정하고, 언어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다. 인간은 사고와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고, 언어를 통해 사고를 발전시키며 언어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 언어와 사고는 인간의 의식 안에서 서로를 반영하며 상호작용한다. 인간은 객관적인 세계를 그대로 보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매개로 해서 인식한다. 언어는 기억을 조직하고 유지하며 논리적 사고를 발달시킨다. 언어학자 벤자민 워프(Benjamin Whorf)와 에드워드 샤피어(Edward Sapir)는 언어가 사고를 결정하며 언어가 변화하면 사고도 변화한다고 주장했다.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의 독특한 문화를 반영하며, 문화의 발달에도 영향을 준다. 영어권에서는 쌀과 관련된 단어가 ‘rice’로 통일되지만,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에서는 쌀, 밥, 벼처럼 어휘가 다양하다. 북극권 에스키모 언어에서는 눈에 대한 단어가 많고, 우기가 지속되는 동남아에서는 비에 관한 어휘가 많은 것도 언어와 문화의 관계를 드러낸다.

 

      언어학자 데이비드 크리스털(David Crystal)은 ‘언어 혁명’에서 21세기의 언어 혁명 중 하나로서 인터넷을 통한 언어 사용을 언급했다. SNS(사회적 통신망)는 인터넷 언어 사용의 중심 요소로 등장했고 언어 사용의 패턴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스마트폰의 일상적 활용으로 인터넷과 SNS에 접속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언어적 상호작용의 질적, 양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SNS를 통한 의사소통은 문자키를 사용하기에 속도와 간편함을 추구하여 축약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편리한 것이 항상 유익한 것만은 아니다. 유튜브나 SNS에서 사용하는 비속어와 신조어, 외래어, 축약어가 아동과 청소년의 잘못된 언어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SNS 신조어가 차별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틀딱’과 ‘꼰대’는 노인을 차별하는 신조어이며 ‘주린이’와 ‘부린이’는 아동을 미숙한 존재로 차별하는 신조어이다. 또한 SNS는 거주지, 친구 목록,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사진, 활동 정보를 노출하며 허위 정보, 유언비어, 사이버 폭력의 온상이 되고 있다.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접어들면서 정보와 지식이 기존의 자본과 상품을 대신하는 주요한 사회적 요인으로 등장했다. 정보의 취득과 교환의 과정이 급속히 변화함에 따라서 문해 영역이 단순히 문자를 읽고 쓰는 것 이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보와 지식은 기존의 일반적 상품과는 달리 순환과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양적, 질적 변화가 커서 나이, 학력, 계층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한다. 정보의 양극화는 자본의 양극화에 비례하며 소득의 차이에 따라 정보격차가 발생하고 정보교육이 없으면 정보의 빈곤을 초래하여 경제적 불이익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디지털 문해교육은 시대적 과제이며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수많은 문장을 학습하여 단어가 연결되는 규칙을 찾아내도록 훈련된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인공지능은 증강 현실이고 그것의 핵심은 문해력이다. 디지털 기술이 언어를 대체하는 인공지능 시대는 확장된 디지털 문해력을 요구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언어능력을 흉내 내지만 논리적 추론에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는 언어와 사고를 연관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시대에서 인간의 지능이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고와 언어를 융합하는 인간 고유의 언어능력을 발전시켜야 하며 디지털 문해교육은 그 출발점이다.


홍순원 논설위원·(사)한국인문학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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