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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원 칼럼] 유전자 편집 기술의 과제

      2003년 인간 세포의 DNA를 해독하는 ‘인간 유전자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가 완성되어 인간의 진화와 생로병사의 비밀이 밝혀졌다. 인간의 유전자는 생물학적 특성을 넘어서 질병, 심리, 행동, 지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유전자의 변이는 질병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기에 유전 정보의 해독과 정보의 변경은 질병의 예방 및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유전자 해독을 넘어서 인간에게 새로운 미래를 위한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개인에 따라 맞춤형 의료가 가능해졌으며, 치료의학에서 예방의학으로의 혁명이 일어났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완성은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특정 유전자를 조작하여 생체 기능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유전자 편집은 소위 ‘유전자 가위’라고 불리는 제한효소를 사용해 DNA의 특정한 부분을 절단하고 유전자 정보를 첨가하거나 삭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전자 편집은 질병 예방과 치료, 스마트농업, 생명과학 등의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으며 생물종의 보존과 품종 개량에도 활용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유전자 분석과 정보를 통한 질병의 예방과 치료가 앞당겨지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 유전자 편집 기술은 작물의 수확량을 증가시키고, 병충해에 대한 저항성을 강화하며, 영양가를 높이고 환경 오염을 감소시킨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외부에서 유전자를 삽입하는 기존의 유전자 변형 기술(GMO)에 비해 확실하고 안전하게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다. 인간에게 있어서 유전자 편집 기술의 결정적 기능은 노화를 거꾸로 되돌리는 역노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유전자의 편집과 조작은 노화된 세포를 제거하고 세포의 재생에 관여하는 줄기세포를 생성하여 역노화를 가능하게 한다. 한편 세포의 재생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암이 발생하는데 그러한 유전적 결함을 직접 수정하면 질병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유전자 편집 기술은 생명의 영역을 변이, 경쟁, 적응의 과정을 거치는 자연선택이 아니라 인간 선택의 영역으로 귀속시키며 사회적, 윤리적 문제가 발생시킨다. 동식물의 유전자 편집은 자연적 진화 과정에 오류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인간 유전자의 편집은 사회적 평등과 다양성을 파괴할 수 있다. 인간 생명의 조작을 통한 인간 존엄성의 훼손과 개인정보 침해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또한 예기치 않은 돌연변이나 새로운 유전적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유전자의 조작은 인간 복제의 통로가 오용될 수 있다. 2018년에는 후천성 면역결핍증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기 위해 특정 유전자를 제거한 ‘유전자 편집 아기’의 출산이 성공하였다. ‘유전자 편집 아기’는 질병 예방을 목적으로 도입되었지만, 사회적 불평등을 증가시키고 유전적 다양성을 위협할 수 있다. 다음 세대에 유전되는 생식세포 유전자 편집은 부모에 의한 자녀의 유전자 선택으로 인하여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과학기술의 진보는 양날의 검과 같다. 과학기술은 가치중립적이지만, 과학의 주체는 인간이며 과학기술의 긍정적, 부정적 가치는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에 의해서 결정된다. 따라서 유전자 편집 기술은 우리 세대뿐 아니라 미래세대에 대한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유전자 편집 기술이 인간과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예측하기 어려우며, 생물의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생태적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이 인간과 환경을 위하여 공헌하기 위해서는 윤리적, 제도적으로 허용과 금지의 경계선이 설정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개인의 유전적 정보는 보호되어야 하며 유전 정보의 상업적 이용은 법적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홍순원 논설위원·(사)한국인문학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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