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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원 칼럼] 신냉전과 글로벌 사우스

      급변하는 세계정세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경제적, 정치적 위상은 강화되었으며 우리의 입장과 결단이 세계정세의 판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하여 미국 중심의 친서방 진영과 중국 및 러시아 중심의 반서방 진영 간의 신냉전이 심화하고 있다. 서방 중심의 세계 경제 구조를 견제하기 위한 신흥경제국의 정책 모임인 브릭스(BRICS)의 등장은 우크라이나의 입장에 동조하는 NATO와의 대립 세력으로 확산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의 연합기구인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가 부상하고 있다. 또한 북러동맹과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참전으로 우리의 결단과 행동이 요구되는 상황이 조성되었다.

 

      브릭스가 ‘글로벌 사우스’와 연대하는 움직임은 국제정세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브릭스는 전 세계 국가 GDP의 30%를 점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사우스’는 UN 회원국의 3분의 2를 포함하고 세계 GDP와 국제 무역량의 약 50%를 차지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토나 러시아 두 진영 모두가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은 것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독자적 행보를 보이는 ‘글로벌 사우스’의 영향 때문이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과거 제국주의와 세계화를 통한 불평등을 경험하였기에 글로벌 강대국들의 정치적 갈등에는 소극적이다. 2022년 3월 유엔 총회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철군을 요청하는 결의안에 대해 ‘글로벌 사우스’ 35개국이 기권하였다. 같은 해 11월에 러시아의 배상을 요구하는 결의안에 대해서도 ‘글로벌 사우스’ 73개국이 기권하였다. 이처럼 ‘글로벌 사우스’는 신냉전과 미, 중 패권 경쟁에 휘말리지 않고 비동맹 노선에서 적극적인 다자동맹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

 

      외교 정책은 국제정세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해야 한다. 국제무대에서의 외교적 지지 기반 확대는 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기초이다. 지금은 경제와 정치적 영역뿐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글로벌 도전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정책 공조와 협력 기반의 확충이 요구된다. 우리나라가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유엔과 국제기구에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글로벌 사우스’는 강대국 중심의 대립과 힘 통한 평화 기조를 비판하고 상호 이해와 다자간 협력에 기초한 평화를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 강화는 자원 확보, 시장 다변화, 정치, 경제적 상호 의존을 높여서 국가 경제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

 

      인도는 포용적인 국제협력을 강조하며 ‘글로벌 사우스’를 중심으로 신흥경제권과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였다. 인도는 G20뿐 아니라 브릭스(BRICS), ‘글로벌 사우스’에 가입되어 모든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제4차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인도의 제안으로 시작된 신개발 은행(NDB)의 설립과 긴급 외화 준비협정(CRA)은 브릭스가 단순한 신흥국 모임을 넘어 국제무대에서 실질적 역할을 하게 하였다. 우리는 처해 있는 지정학적 상황에서 독자적, 중립적 노선을 견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인도처럼 다원적 협력관계를 지향해야 한다. 양자 대립의 구도에서는 지금의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어려우며 다원적 협력 속에서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오래 전부터 러시아와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를 브릭스에 연계시키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도 ‘글로벌 사우스’와의 관계 개선을 통하여 영향을 받는 이원적 외교를 지양하고 영향을 주는 다원적 외교를 주도하여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홍순원 논설위원·(사)한국인문학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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