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경제구조는 ‘지식경제’에서 ‘창조경제’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문화산업이 있다. 삶의 질과 여가 활동의 추구는 문화 참여도를 증가시키고 문화 콘텐츠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코펜하겐대학 피터 듀런드(Peter Duelund) 교수는 이러한 흐름을 문화의 경제적 기능에 기초한 ‘컬처노믹스’(Culturenomics)라고 명명하였다. 컬처노믹스는 국가의 문화정책을 통해 현지인 고용, 현지 브랜드 개발 등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개념이었는데, 이제는 문화산업, 문화의 브랜드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개념으로 확대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문화 마케팅을 넘어 문화 자체의 경제적 가치를 규정하는 것이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Rolf Jensen)은 ‘꿈의 사회’(Dream Society)에서 정보화 사회는 지나가고 문화가 중심이 되는 꿈의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물질주의와 자본주의가 문화를 지배하던 세기는 지나가고 우리 시대는 문화가 중심이며 생존이 아니라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금은 제품의 기능보다 이미지를 중시하는 문화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브랜드 안에 이야기가 없으면 오히려 브랜드의 이미지가 악화한다. 따라서 브랜드의 가치보다 이야기가 담긴 문화를 팔아야 한다. 문화는 기업뿐 아니라 지역과 국가 발전의 동력이 된다. 우리에게 한류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였으며 수출 활성화, 관광 산업 발전, 문화산업의 성장 등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왔다.
한류는 ‘팬덤’(Fandom) 문화로부터 시작하였다. ‘팬덤’은 강력한 소비력과 영향력을 지닌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팬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동의 가치관과 관심사를 공유하며, 강력한 유대감과 공동체 의식을 형성한다. 또한 ‘팬덤’은 정보를 빠르게 확산하여 브랜드 마케팅의 효과를 일으킨다. 우리 시대의 소비자는 제품과 서비스의 기능보다는 브랜드의 가치와 이념을 중요시하기에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공유하는 ‘팬덤’은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유대감을 강화한다. ‘팬덤’은 ‘팬’(Fan)의 취향이며 소비 자본주의 사회에서 취향의 표현은 소비와 연결되므로 ‘팬덤’은 소비자 공동체이다.
‘팬덤’과 브랜드는 인격적으로 상호작용한다. 최근 영국 BBC방송 다큐멘터리에서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보여줄 때, 종교적 신념을 가질 때 일어나는 뇌의 반응이 나타났다. 브랜드의 강력한 문화적 기능이 증명된 것이다. 제품처럼 문화도 확산하기 위한 필요 조건과 충분조건이 있다. 필요 조건은 좋은 콘텐츠이며 충분조건은 유통망이다. 디지털 시대를 주도하는 우리에게 유통망은 확충되어 있다. 남은 것은 콘텐츠의 개발이다. 이제 한국을 나타내는 영문 약자인 K가 국제적 브랜드가 되었다. 우리의 문화가 K팝에서 K컬처로 확산하고 있으며 K팝의 세계화는 글로벌 ‘팬덤’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최근에 K팝 스타의 소맥과 김치볶음밥 시식 장면이 소셜 미디어로 연결되면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한류는 의식주의 생활문화로 확산하여 전 세계인의 자연스러운 공유 문화로 뿌리내리고 있다. 또한 한류는 일방적인 문화의 소비를 넘어 직접 참여하고 생산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 나라마다 한국적 콘텐츠를 자신의 문화로 재해석하며 재생산하고 있다. ‘K브랜드’의 미래는 단순히 ‘팬덤’에 머무르지 않고 문화적 기능과 함께 문화경제의 통로가 되며, 전통문화의 보존과 세계화를 조화하는 다리가 되는 가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