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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원 칼럼] 포스트 휴먼과 범용 인공지능

      장자의 ‘제물론편’에 ‘호접지몽’이란 말이 있다. 내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꾸었는데, 나비가 나인지 내가 나비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이것은 주체와 객체, 꿈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한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는 인간이 기계화되고 기계가 인간화되어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연과 인공,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이 모호해지며, 인간과 자연의 구분에 기초한 휴머니즘의 세계관이 흔들리며 문화적 정체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포스트 휴먼’은 인간을 기계화하는 기술이고 ‘범용 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은 기계를 인간화하는 기술이다. ‘포스트 휴먼’은 인간과 기계의 결합을 통해 정신과 육체의 자연적 한계를 극복한 상태를 말한다. 그 가운데 ‘웨어러블(wearable)’ 로봇 기술은 신체에 기구를 부착하여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사이보그’는 ‘가상적 유기체 기술(Cybernetics Organism)’을 합성한 말인데, 신체의 한 부분을 기계로 대체하는 기술이다.

 

      한편 ‘범용 인공지능’은 인간이 지정한 특정한 조건에 적용이 가능한 수동적 인공지능에서 발전하여 모든 상황에서 인간처럼 스스로, 능동적으로 기능하는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AI)은 제한적 작업에 특화된 ‘좁은 인공지능’으로 주어진 특정 작업을 수행하지만, ‘범용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스스로 생각하며 기능한다. ‘범용 인공지능’은 다양한 인지적 작업을 수행하며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여 인간을 넘어서는 초인공지능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동안의 사회 개념은 인간관계로 구성되었지만, 이제는 인간과 범용 인공지능의 상호의존과 협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미래에는 인간의 의식과 감정을 컴퓨터에 옮기는 기술이 곧 상용화될 것이다.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유전자 지도가 완성된 것처럼 뇌과학자들은 뇌의 기능과 작동 방식을 밝히고 대뇌 신경망을 인공신경망으로 대체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생물학적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인공지능의 구현으로 2030년대가 되면 컴퓨터의 지능이 인간을 능가하고, 2040년대에는 인간의 뇌를 파일처럼 전송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예견하였다. 그 이후에는 인간 두뇌를 모방한 AI 반도체로 뇌신경 세포의 작동원리를 구현하고 인간의 정신을 가상 신체에 복사하여 영생불사를 추구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생명 연장을 위한 연구자 네트워크인 ‘2045 Initiative’는 이미 두뇌 복제와 인공두뇌 기술 개발 단계를 거쳐 홀로그램 형태로 존재하는 완전한 가상 신체를 2045년까지 완성하는 ‘아바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금 인간의 기능과 역할은 퇴화하고 인공지능은 진화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범용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는 초인공지능으로 진화하여 인간의 기능만이 아니라 인간 자체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윤리적 문제를 일으킨다. ‘범용 인공지능’의 문제는 기술적 완성도보다 기술을 적용하는 인간 자신에 있다. 과학기술은 가치중립적이며 그것의 가치는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에 의하여 결정된다. 그러므로 기술의 발전은 인간성의 회복과 함께 나아가야 하며 인간 존재의 의미를 재조명해야 한다. ‘범용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인간이 인공지능과 협력하고 공존하기 위해 인문교육의 강화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와 적응력을 위한 평생학습이 필수적이다. 앞으로는 기존의 지식 전달형 교육보다는 창의력, 문제 해결 능력, 비판적 사고를 기를 수 있는 교육으로 시스템의 변화가 요구된다. 이와 함께 우리의 과제는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고 기술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확보하여 윤리적인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것이다.

 

홍순원 논설위원·(사)한국인문학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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