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우울증 환자가 100만 명에 이르고 청년 우울증의 비율은 30%를 넘어섰다. 자살률은 OECD 국가에서 부동의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우울증은 분노가 외부가 아닌 자기 자신을 향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분노는 생존의 위협에 직면했을 때 자기방어를 위해 필요한 감정이었다. 지금은 누구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경험하며 둘 사이의 타협을 시도하는데 그것이 실패하면 분노가 발생한다. 경쟁의 과정과 결과에서의 불의와 불평등도 분노를 일으킨다. 정당한 분노는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지만, 부당한 분노는 사회에 혼돈을 가져온다. 부당한 분노는 집단주의에서 비롯된다. 집단주의적 위계질서는 비교 우위를 추구하여 대립과 적대감을 조장하고 분노를 생산한다. 과거에는 개인의 정체성이 사회질서 안에서 확정되었지만, 지금은 집단 안에서 변화한다. 집단의식은 대립과 갈등을 일으키고 분노를 촉발한다.
이기주의는 자기중심적 방어기제를 강화하여 갈등 사회와 분노 사회를 형성한다.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이기주의를 일반적 성격 유형이 아닌 신경증으로 분류하였다. 그에 따르면 이기주의는 ‘자기 사랑’(selflove)에 실패한 결과이며 자긍심과 자존감이 결핍된 것에 대한 보상효과이다. 자신에 대한 끝 없는 집착은 결국 ‘나르시시즘’을 거쳐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와 같은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기주의가 개인을 넘어 집단으로 확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분노의 감정은 나와 타인, 나와 세계의 불일치에서 탄생하지만 집단 이기주의는 개인의 분노를 획일화한다. 집단 이기주의는 정치, 경제, 세대 간의 갈등을 심화하며 지역사회, 계층사회를 고착하고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는 사회적 기능을 마비시킨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기는 경제적, 정치적 위기가 아니라 소통의 위기다. 우리는 이상과 현실의 불일치를 포용하고 서로 공감하는 길을 배워야 한다. 사회학자 에릭 호퍼(Eric Hoffer)는 자신과 화해한 자만이 세계에 대한 공정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우리 안의 이기심과 분노를 이겨야 세상과 공감할 수 있다. 분노는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지키려는 심리적 보호기능이다. 그런데 사람마다 가치와 신념이 다르기에 공감이 필요하다. 우리의 삶은 타인과의 관계로 형성되고 유지되며, 우리는 서로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다. 우리는 현실을 비판하면서 현실에 의존한다. 자본주의의 문제를 비판하는 사람도 자본주의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우리에게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완전한 자유는 이상일 뿐이다.
공감은 인간이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핵심적인 요소다. 공감 능력이 결핍된 사람은 사회적인 의무와 개인적인 욕구 사이에서 타협할 수 없다. 공감 능력은 정신적,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결정짓는다. 정보 사회는 개인 간의 기술적 연결은 확대했지만, 정서적 연결은 오히려 축소하였다. 정치와 경제의 불안정은 심리적 불안을 지속시키고 있으며 과도한 경쟁에 지치고 물질적 풍요에 마비되어 타인과의 정서적 교감이 사라지고 있다.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도덕 감정론’에서 공감을 이기주의와 이타주의를 연결하고 개인의 이익이 공동체의 이익을 만들게 하는 도덕적 원리로서 설명하였다.
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인지하고 부합하는 감정을 공유하거나 나타내는 능력이다. 공감은 배려와 상호 존중을 일으키며 공동체 의식을 형성한다. 생리학적으로 볼 때 감각기능은 생명의 조건이며 무감각은 죽음의 증상이다. 공감은 사회적 관계를 위한 감각기능이며 사회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기준이다. 신체의 감각기능이 마비되면 생존할 수 없는 것처럼 공감하지 못하는 사회는 몰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