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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원 칼럼] 세계화와 현지화

 

탈냉전과 신자유주의를 통한 세계화의 흐름은 국가 간의 경제, 문화, 정치의 상호 연결과 상호 이익을 공유시키고 문화교류의 증대, 정치적 연대를 강화하였다. 교통수단과 통신 기술의 발달은 ‘세계화(globalization)’의 촉매제가 되었고 전 지구적 차원의 협력과 분업을 통하여 단일 시장과 단일 문화권이 조성되었다. ‘세계화’는 국제 무역을 확대하고 관세 감소와 무역 협정 체결로 국가 간 상품과 서비스 교류가 활발해졌다. 해외자본의 직접 투자는 일자리 창출, 생산성 향상을 통하여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을 촉진하였다. 세계시장은 하나의 통합된 경제 단위로 변모하였으며 미국이 설계한 스마트폰에 한국의 디스플레이와 중국의 배터리가 장착되어 베트남에서 조립되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한편 ‘세계화’로의 편향은 경제적 격차를 확대하며 지역의 일자리를 감소시켰다. 국가 간의 장벽이 허물어지면 해외 시장에 진출할 기회도 되지만 외국 기업이 내국으로 진출하여 지역 사회의 경쟁이 심화하였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역은 도태되었고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은 이익을 독점하였지만,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은 그 혜택에서 소외되었다. 산업 구조 면에서도 일부 산업은 외국 자본에 의존하게 되거나,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다른 국가로 생산을 이전하면서 지역 경제는 침체하였다. 그 결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기술 격차, 자본 격차, 인적 자원의 격차를 통해 경제적 종속관계는 오히려 심화하였고 사회적, 문화적 불평등으로도 확대되었다. 더 나아가서 팬데믹,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무역분쟁은 ‘세계화’를 와해하고 보호무역을 통한 자국 우선주의와 자급자족 경제로의 전환을 일으키며 지구 온난화와 탄소배출권 논의는 국가 간의 대립을 심화하였다.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지 호지(Helena Norberg Hodge)는 ‘세계화’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이 자치의 정치와 자급의 경제 그리고 자존의 문화를 근간으로 하는 ‘현지화(localization)’에 있다고 강조한다. 급속한 ‘세계화’는 여러 분야에서 성장과 발전을 가져왔지만,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이 희석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현지화’는 ‘세계화’를 통한 통합의 과정 안에서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것은 지역의 특성을 살려 경제, 문화, 정치 등의 분야에서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국가마다 전통과 문화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도 지역적 특색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한류나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국제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현지화’는 친환경 정책과 사회 복지 분야에서 중요한 기여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세계화’는 국제 시장에서의 통합 및 교류를 추구하지만, ‘현지화’는 특정 지역의 특성과 문화를 중시하는 과정이다. ‘세계화’는 경제적 이익이나 문화적 교류와 같은 거시적 과정이지만, ‘현지화’는 지역의 정체성 유지나 경쟁력 강화를 추구하는 미시적 과정이다. 두 과정은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세계화’와 ‘현지화’의 균형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둘 사이의 조화는 소득 불균형과 문화적 동화를 막고 지역 경제와 글로벌경제를 동시에 활성화하여 국제 사회와 지역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현한다.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변화, 장기 인플레이션, 신냉전은 ‘현지화’로 풀 수 없으며 국가 간의 협력과 소통이 필요한 문제이다. 전쟁의 공포와 함께 시장의 공포가 엄습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세계화’와 ‘현지화’의 조화는 전 지구적 과제이다.

홍순원 논설위원·(사)한국인문학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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