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곽삼근 한국지역사회교육재단 이사장 “‘평생학습’ 가능한 제도적 교육환경 만들어 가야”
“나라 사랑과 사회적 책임을 앞장서 실천한 ‘정주영 정신’ 다시 일깨워야 할시기"
곽삼근 한국지역사회교육재단 이사장은 ‘평생 교육’의 시대를 맞아 대학도 성인기를 위한 새로운 학습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이사장이 지역사회교육운동의 초석을 다진 고 정주영 회장의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역사회교육운동을 펼치는 한국지역사회교육재단의 곽삼근 이사장(이화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은 학교를 개방해 누구나 배우고 나눌 기회를 넓혀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대학이 구조개혁을 통해 성인기를 위한 새로운 학습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계적 커리큘럼을 갖춘 성인교육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제2, 제3의 커리어를 가져야 한다며, 가능하면 지역사회교육운동과 같은 사회운동에 참여해 삶을 더욱 빛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지역사회교육운동을 이끌며 이웃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계십니다. 어떻게 이런 활동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 ‘밥상머리 교육’의 영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청년기 재학 중 고향인 안성으로 내려가 3.1만세운동을 주도하셨던 곽대용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아버지로부터 많이 듣고 자랐어요. 이웃과 사회를 위한 활동, 근면과 절약, 애국, 공선사후(公先事後)의 가치를 새겨 남에게 도움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정신으로, 정년 후에도 제 헌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봉사해야 한다는 자세를 갖게 된 것 같아요. 할아버지는 동네분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땅을 희사해 초등학교를 세우고 양식도 나눠주며 교육과 봉사의 삶을 사셨어요. 그 분의 발뒤꿈치도 못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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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사회교육운동은 어떤 운동인가요.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천하려는 운동’입니다. 1969년에 미국 미시간주 플린트 시의 지역사회학교운동 사례인 ‘To touch a child’라는 영화를 감상한 후 ‘우리도 해 보자’ 하고 시작되었어요.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고 지역민들도 학교시설을 활용해 뭔가를 배울 수 있는 윈-윈 전략인데, 대부분 국내 인사들은 ‘필요는 하지만 누가 학교를 개방하겠어’라며 회의적이었어요. 그 때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님 덕분에 재동초등학교가 개방해 주어 시작할 수 있었어요. 오재경 로터리 총재와 주성민 한국지역사회교육재단 명예이사장의 헌신도 컸습니다. 이후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시키는 운동으로 전국에 퍼져나가게 되면서 평생교육시대를 여는 초석이 되었지요.”
– 재단은 어떤 역할을 맡고 있습니까.
“역사·사회의식을 갖춘 시민리더를 양성해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증진시키고 지역사회교육운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합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 학습’하는 시대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필요한 학습 혜택을 제공받도록 국가에서 정책을 펼쳐 ‘교육 복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제는 학교 위주 지식교육에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 문제 해결이나 공동체적 선을 추구하며 공공의 이익에 보탬되는 시민 리더십 함양 등 사회적 차원에서의 교육운동이 중요해졌어요. 좋은 교육프로그램을 선도하도록 장학기능과 시상기능은 물론 지역사회교육운동의 후원자들도 발굴하고 네트워킹하며 지속적으로 사회운동의 확산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 초대 이사장이신 정주영 회장님은 어떤 계기로 지역사회교육운동을 주도하셨나요.
“나라사랑과 교육구국의 간절한 마음이 계기가 되었다고 봐요. 척박한 그 상황에서 영화를 보신 후에 누구보다 먼저 실천에 뛰어드셨어요. 당시엔 기초교육 받기도 어려울 정도로 물적·인적 인프라가 열악했는데 회사 사무실을 개방해 주셨어요. 전국을 다니며 지역사회교육운동을 알리고 자택에서 이사회까지 열며 헌신을 다해 주셨어요. 지역사회에서의 배움과 실천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적극 참여하셨던 것 같아요. 긍정의 실용적 리더십으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무엇보다 그 운동을 기꺼이 유쾌하고 즐겁게 하셨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정 회장님을 추억하며 그리워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때 ‘정주영 정신’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인품과 능력 두 측면에서 모두 으뜸이셨어요. 나라사랑과 사회적 책임감 기반의 ‘실용주의 리더십’에서 손꼽히는 분입니다. 지역사회교육운동 이념의 바탕이 ‘공동체정신’입니다. 이웃에게 희망을 주고 나라를 더 잘 살게 만들겠다는 소명의식과 실력이 뒷받침될 때 ‘정주영 정신’ 구현이 가능해요. 재단에서도 그 분의 ‘해봤어 리더십’을 공부하자고 할 정도입니다. 근면과 성실, 도전과 창의, 긍정 마인드, 감성 리더십이 남다르셨어요. 화폐 속 거북선 그림으로 남해 허허벌판에 조선 수주를 이루시고, 유엔 묘지에 보리를 옮겨 심어 한겨울에 잔디를 만들어낸 창발성과 소떼 몰이 방북이라는 세계적 설치예술까지 그 무한한 도전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재단도 정 회장님의 공동체 정신과 실용주의적인 리더십을 이어받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 이사장님은 생명의 선한 영향력 발휘, 세상에 희망 주기, 따뜻한 공동체 만들기 같은 가치에 큰 의미를 두신다고 들었습니다.
“이 땅에 생명을 부여받고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큰 축복입니다. 그에 감사함을 표시해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주변에 좋은 일로 영향을 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희망 없이 사는 이들에게는 희망을 갖게 하고, 지역사회교육운동을 통해 따뜻하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 세상에 희망의 물결이 넘치게 하고 싶습니다. 물리적 풍요를 정신적 성숙이 따르지 못해 희망이 상실되는, ‘핵가족’을 넘어 ‘핵 개인’이 되는 시대에, 지역사회교육운동은 선한 영향력 확산의 사회운동으로 자리매김 되어야 합니다. 무엇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나 생각해 보면, 밝은 생명력으로 진정성 있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생각됩니다.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름답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너도나도 따라 하게 되어 선한 영향력이 확산될 것이라 믿습니다.”
–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지역사회교육운동을 이끌 계획이십니까.
“지속가능 지역사회교육운동의 촉진이 요청되고 있어요. 디지털시대에 역사적 전통을 토대로 현 시대에 맞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모든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이 요구되고 있어요. 생명생태계 위기, 지구환경 위기만이 아니라 디지털 전환과 인간교육 위기, 글로벌 시민성과 다문화 등 교육 이슈들도 산재해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식과 구조를 갖추는 체계화 작업이 필요해, 대내외적으로 개인 및 기관과 공동 협조체제를 구축해 나가고자 합니다. 글로벌 프로그램과 네트워킹에도 적극 임해 K-정신가치와 우수한 한국 문화전파로 지역사회교육운동이 지속가능하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 100세 시대를 맞아 평생교육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습니다.
“유초중등교육자 자격증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성인교육자’의 전문성에는 관심들이 없습니다. 이제 60대 이후를 위한 생애 2단계 고등교육이 필요합니다. 성인교육 커리큘럼의 연구부터 이뤄져야 대학 수준의 깊이 있는 전공 교육이 가능해질 겁니다. 국가적 지원과 함께 ‘성인평생학습의무제’ 도입이 시급합니다. 학교와 대학도 ‘평생학습기관’으로 전환해야 해요. 해외 선진국처럼 대학에 입학 않더라도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있도록 하고, 학점과 학위도 가능하게 고등교육이 개방돼야 해요. 교육부부터 평생교육의 마인드를 갖고 이런 논의에 능동적이어야 합니다.”
– 재단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통해 평생교육을 지도하고 실천하고 계신지요.
“본래 의미의 ‘커뮤니티 칼리지’, 즉 한국형 지역사회대학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U3A(University for the 3rd Age)나 시니어배움터 락 같은 노년기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지만, 시니어들을 위한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들이 요구됩니다. 그 준비를 대학에서 연구하고 커리큘럼도 개발해야 하는데 큰 진전이 없어 아쉽습니다. 저도 전공자로서 몇 분들과 ‘호모헌드래드스쿨(HomoHundredSchool)’ 연구를 지난달부터 시작했습니다. 재단도 시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은퇴 후 제2, 제3의 인생을 사시는 분들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그런 분들이야말로 개인적 사회적으로 건강한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여건과 무관하게 취미와 특기, 꼭 해보고 싶은 일에 열정을 쏟는 것은 가장 필요한 삶의 활력소입니다. 우리의 생이 직장을 마친다고 해서 중단될 수 없듯이 배움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슴 뛰는 즐겁고 행복한 삶을 위해 매일 무언가를 배워야 해요.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맥신 그린 교수는 90세 때 인터뷰에서 ‘나는 아직 내가 아니다. 내일의 나는 또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했어요. 평생학습자의 이러한 태도가 시금석입니다. 삶의 여정은 곧 ‘평생 배움’입니다. 특별히 제2, 제3의 커리어에서는 지역사회교육운동과 같은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삶을 더욱 빛나게 하고 더 큰 선물을 안겨줄 것이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