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미술을 만났을 때>는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 후까지 문학가와 미술가의 작품을 통해 그들의 관계를 조명한다. 당대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정지용, 이상, 김기림, 김광균, 이태준, 박태원, 백석 등과 화단의 구본웅, 김용준, 최재덕, 이중섭, 김환기, 장욱진, 한묵, 천경자 등이 서로 교류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시회는 이들의 관계를 네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서 구성하고 있다. 먼저 1부에서는 시인 이상이 운영했다는 다방 ‘제비’를 중심으로 ‘전위와 융합’이라는 주제로 예술가들의 아방가르드적 만남과 교류에 살펴볼 수 있다. 2부에서는 ‘지상의 미술관’이라는 주제로 문학과 미술 두 영역의 예술가들이 함께 작업을 했던 신문사와 잡지사의 편집실을 조명한다. 특히 이 섹션에서는 인쇄 미술에 주목해서 보아야 한다. 3부의 ‘이인행각’에서는 특별한 우정을 나누었던 문학가-미술가 각 커플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기획 전시되어 있다. 곱추 장애를 가졌던 구본웅과 시인 이상은 관람객에게 가장 관심을 받은 커플이기도 하다. 끝으로 4부의 ‘화가의 글·그림’에서는 글도 잘 쓰는 화가 김용준, 장욱진, 한묵, 박고석, 천경자, 김환기 등 6명의 작업을 조명한다.
1930년대, 우울한 시대였으나 예술가들에겐 낭만이 있었다. 시인과 화가가 친구가 되어 예술세계를 넘나들며 서로의 예술에 속하기를 기꺼이 했다. 당시 서양에서 혼재되어 들어온 온갖 이즘들은 시와 그림 속에 빠른 속도로 흡수되었고, ‘시는 그림같이, 그림은 시같이’ 문학과 미술은 함께 나아갔다. 출판인 조풍연의 결혼을 축하하기 당대 화가들이 그의 행복을 비는 그림을 담아 화첩을 만들어 주었다. 조풍연은 문예지 <문장>의 편집에도 열중했데, <문장>은 시·소설 등 글도 좋았지만 표지화와 삽화가 특히 유명했던 잡지다. 이런 일로 인연이 있는 화가 길진섭·김용준·김규택·정현웅·윤희순·김환기·이승만 등이 한 토막씩 그림을 그려 그에게 선물을 한 거다. ‘조풍연 결혼 축하 화첩’(1941)은 길이가 238㎝ 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