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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원 칼럼] 인공지능 시대의 한글

      인공지능이 일상화되면서 한글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한글은 세계 문자올림픽에서 영어의 알파벳과 인도문자를 제치고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였다. 세계문자올림픽은 배우기 쉽고 기능이 다양한 문자를 선정하는데, 문자의 구조, 실용성, 확장성 등으로 문자와 언어를 평가한다. 평가 위원회는 한글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고 실용적인 문자 체계이면서 가장 다양한 기능과 활용성을 가진 문자로 선언하였다. 인공지능 시대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은 소통, 협동, 비판적 사고, 그리고 창의성이며 4가지 역량을 연결하는 구심점은 문해력이다. 한글은 문해력 습득과 향상에 있어서 탁월하다. 자음들끼리, 모음들끼리 서로 연관성 있게 구조화되어 있는 것은 한글의 독특한 특성이다. 한글은 문자가 나타내는 음소들의 특성이 그 글자의 외형에 체계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한국어는 배우기 어려워도 한글 문자를 습득하는 것은 간단하다. 재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교수는 대한민국의 경제성장 배경을 한글이라고 주장하였는데, 한글의 자모는 학습에 용이하여 문맹을 퇴치하고 교육의 질과 국가경쟁력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세종대왕은 천( ⃘), 지(ㅡ), 인(ㅣ)의 조화를 모음으로 표현하였다. 핸드폰의 한글 자판에서 모음도 이러한 체계를 적용한다. 한글의 모음을 만드는 원리는 컴퓨터의 코딩 원리와 동일하여 프로그래밍 언어로의 활용이 탁월하다. 구글이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 ‘바드’(Bard)는 한글을 인공지능 세대에서 가장 효율적인 문자로 평가하였다. 그 근거는 한글은 인공지능 기술이 요구하는 과학적인 문자 구조와 음성인식을 위한 표현기능에 있었다. 한편 ‘바드’는 한글이 세계화되기 위해서 무엇보다 데이터 부족의 문제와 표준화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제하였다. 한글은 인공지능과 빅테이터를 활용하기에 데이터베이스의 축적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문자의 기능은 의사소통과 기록만이 아니라 이해와 지식의 습득이다. 디지털 시대는 기록과 이해에 있어서 빠른 속도 처리가 가능한 문자를 요구한다. 인공지능은 우리 대신 읽고 쓰고 말할 수 있지만 우리의 사고와 언어를 대신할 수 없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언어에 따라 기능을 수행한다. 디지털 시대를 이끄는 두 축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이며 둘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하여 패턴을 파악하며, 예측 모델을 도출하는 기술이다. 빅데이터는 대규모의 데이터를 저장, 처리, 분석하는 기술이다. 데이터의 저장과 활용이 디지털 문명의 핵심이다. 따라서 한글 텍스트와 데이터 부족은 한글 세계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다. 생성형 AI의 기능은 관련 언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에 의존하는데 챗GPT가 출시 초기에 답변하는 문장의 구성에 문제가 발생한 것도 데이터 부족이 원인이었다.

 

      어떤 것이나 만드는 것보다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물려받은 한글의 유산을 더욱 발전시키고 후대와 세계로 확산해야 한다. 한글의 구조가 과학적이어도 사용이 비과학적이면 한글은 국제적으로 확산할 수 없다. 한글이 조직적이고 과학적인 문자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한글의 표기를 표준화하고 정확한 발음을 위한 기준이 정해져야 한다. 그리고 한글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의 언어를 개선해야 한다. 공공언어는 좁은 공기관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공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언어이다. 한자어, 외래어, 전문용어의 사용과 표기를 대중의 문해력에 맞추어야 한다. 한자어, 외래어, 전문용어의 한글 표기는 구체적이며 정확한 정보 제공을 가능하게 하며, 지역, 세대, 계층 사이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행정 업무의 효율성 향상한다.

 

홍순원 논설위원·(사)한국인문학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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