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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원 칼럼] 고교학점제와 교육의 미래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도가 전면 시행된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의 교과 과정처럼 진로와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수강 신청을 하고 규정된 학점을 이수하면 학년에 제한 없이 졸업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수능 제도에 초점을 맞춘 획일적 교육과정 대신 학생 중심의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교사에게는 수업과 평가에 있어서 전문성과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다. 고교학점제는 개별화 교육, 과목 선택권 보장, 성취도 중심 평가를 통하여 학습의 질과 성취도를 향상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학습하면서 학습의 동기와 성취감을 높이고 다양한 학습 경험을 얻을 수 있다.


      한편 고교학점제 자체가 자사고, 특목고의 폐지를 전제로 해서 만들어진 시스템이기 때문에 수능 제도와 함께 자사고, 특목고 제도와 수능 제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부작용은 필연적이다. 고교학점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다 보면 과목별 수강인원의 차이가 발생하여 성적 산출 방식도 달라져야 하며 내신 성적만을 대입전형에 객관적으로 반영하기가 어렵다. 또한 고교학점제에 따른 절대평가가 시행되면 특목고와 자사고로의 쏠림현상이 발생하고 고교서열화가 강화될 수 있다. 대학은 신입생 선발에 있어서 변별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본고사를 다시 도입하게 될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에게 진로에 적합한 다양한 교과목을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하는 제도이지만 수능 제도는 입시 과목을 정해 놓고 모든 학생에게 획일적 이수를 부과한다. 수능 제도는 국어, 영어 수학과 점수를 높이기 쉬운 과목을 중심으로 교과 과정이 운영되지만, 고교학점제 학생의 자율적 선택으로 교과 과정이 운영되기 때문에 수능 제도 안에서 고교학점제는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고교학점제는 교과목을 증가시켜서 교육시설의 확충과 교사 확보의 문제가 발생한다. 교육부가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목적은 서열화된 현행 고교체제를 개편하고 대입 과정을 개선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고교학점제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먼저 수능 제도와 내신제도의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


      기존의 평준화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평균적 학습 능력에 맞추어 설계되어 있기에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과 낮은 학생은 교육과정에 적응하기 어렵다. 고교학점제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수준별 교육제도가 병행되어야 한다. 수준별 교육은 학생들의 학력 수준과 학습 속도를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맞춤화된 교육 내용을 제공하면서 고교학점제의 절대평가로 인한 변별력 약화를 보완할 수 있다. 학업 수준이 비슷한 학생들을 교육함으로써 교사들의 연구 역량이 증진될 뿐 아니라 전문성도 강화될 수 있다. 지금의 평준화 교육에서는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나 부진한 학생은 모두 사교육으로 몰릴 수 밖에 없다. 수준별 교육은 사교육으로 내몰리는 학생들을 학교로 끌어들여 공교육 정상화를 기할 수 있다. 또한 수준별 교육은 학생들에게 최적화된 학습 경험을 제공하여 학습 효율성을 향상한다. 학생들은 자신에게 적합한 목표를 달성하고 성취감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비슷한 수준의 학습자가 협력하는 집단 학습의 경험은 사회적 소통 능력을 향상한다.


      대학 서열화와 입시경쟁은 학원교육과 선행학습을 유발한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증상보다 원인을 해결해야 하는 것처럼 사교육을 억제하기 이전에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씨를 뿌리기 위해서 땅을 일구는 것처럼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기 전에 수능 제도를 개선하여 학생들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학습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홍순원 논설위원·(사)한국인문학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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