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피아니스트 김철웅의 ‘남북 가곡의 밤’ 성료

김철웅과 소프라노 김민수, 테너 민현기 ‘가을밤 하모니’ 연출
아리랑 소나타 1악장 연주…”2악장은 통일 후 평양에서 작곡하고 싶어”
KCEF 후원…남북 가곡 통해 한민족의 동질성 공감 기회 제공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이 주도하는 (사)예술로함께의 2024 평화콘서트 ‘남북 가곡의 밤’이 14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소재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성황리에 펼쳐졌다.

 

한국지역사회교육재단(이사장 곽삼근, 이하 KCEF) 후원으로 진행된 남북 가곡의 밤은 탈북민들과 지역 합창단원 및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음악감독 김철웅 피아니스트와 소프라노 김민수, 테너 민현기가 함께 했다.

 

 

평화 콘서트는 김철웅 피아니스트의 연주로 시작됐다.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주인공이 무너진 건물에서 그토록 치고 싶었던 피아노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지내다 음악을 좋아하는 독일인 장교를 만나 그의 앞에서 처음 연주했던 쇼팽의 녹턴 20번이었다. 나치에 의해 자유를 잃은 한 피아니스트가 독일인 장교와 인연이 되어 결국 생명을 건지게 된 곡이다. 애절한 피아노 선율은 가을비처럼 듣는 이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셨다.

 

연주를 마친 김철웅 피아니스트는, 영화 피아니스트의 주인공이 나치수용소에서 탈출해 무너진 건물 속에서 지내다가 독일인 장교앞에서 이 곡을 연주하면서 결국 생명을 건지게 된 것처럼 자신도 결국 자유를 찾아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을 생각하며 선곡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곡은 리차드 클레이더만의 ‘가을의 속삭임’ 이었다. 김철웅 피아니스트가 탈북을 결심하게 만든 사건이 된 것은 바로 이 곡을 연인을 위해 연주했기 때문이었다. ‘A Comme Amore 가을의 속삭임’은 제목 그대로 너무나 아름다운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곡이다. 단지 그 곡을 연주했다는 이유만으로 시말서를 쓰게 되었고 이러한 현실에서 그는 체제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되며 탈북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세 번째 연주곡은 직접 작곡한 ‘아리랑소타나’였다. 원래 소나타는 3악장 혹은 4악장으로 이뤄져 있는데 ‘아리랑’을 모티브로 한 ‘아리랑소타나’를 작곡하며 1악장만 작곡했다고 했다. 2악장은 통일이 되면 평양에 가서 작곡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웅장한 왼손의 움직임은 마치 우주의 백뱅이 일어나는 듯 우렁차면서 웅장하게 배경을 장식했고 이어지는 오른손은 작은 새소리처럼 청아하게 울려 퍼지며 ‘새야 새야 파랑새야’ 선율이 흘러 나왔다.

 

이어 우리 한민족 모두의 가슴에 깊이 새겨진 우리의 노래 ‘아리랑’이 너무나 멋지게 그리고 새롭게 해석되며 무대와 공연장을 채웠다. 하루빨리 2악장과 3악장이 완성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간절함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세 곡의 피아노 연주가 끝나고 남북의 가곡을 함께 듣는 시간이 이어졌다. 첫 번째 주제 ‘자연’, 두 번째 주제 ‘사랑’, 세 번째 주제 ‘그리움’으로 나뉘어 연주됐다.

 

첫 번째 주제 ‘자연’에서 김민수 소프라노는 남한의 가곡 ‘눈(김효근 시,작곡)’을 불러 초겨울의 감성을 자극했다. 이어 북한의 가곡 ‘산으로 바다로 가자(김조규 작사, 리면상 작곡)’를 부르며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시켰다.

 

 

민현기 테너는 맑으면서도 우렁찬 목소리로 북한의 ‘압록강2천리(조령출 작사, 리면상 작곡)’와 남한의 가곡 ‘산노을(유경환 작시, 박판길 작곡)’을 불러 공연장의 열기를 최고조로 올렸다.

 

두 번째 주제 ‘사랑’에서는 북한의 춘향가 중 ‘사랑가 (성동춘 작곡, 김민제 편곡)’를 소프라노 김민수와 테너 민현기가 함께 불렀으며, 남한의 아름다운 가곡 ‘꽃구름 속에(박두진 작시, 이흥렬 작곡)’와 ‘내 맘의 강물(이수인 작사, 작곡 )’이 이어졌다.

 

세 번째 주제 ‘그리움’에서는 김철웅 피아니스트가 삶의 고단한 시간들, 음악을 포기하고 싶었던 어려운 시간들을 만날 때 사람들이 자신에게 했던 이야기를 설명했다. “탈북도 했는데… 그 힘든 시간들도 견디어 냈는데 무엇이 두려우냐”며 용기를 북돋아 준 친구들 덕분에 다시 용기를 냈다며 가장 좋아하는 노래 ‘희망가’를 소개했다.

 

이어 모두가 아는 동요 ‘고향의 봄’이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테너-소프라노의 목소리, 그리고 관객들의 소리가 하모니를 이루며 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김철웅 피아니스트는 고향의 봄의 박자를 변주하며 처음에는 느리고 고요하게 출발해 마지막에는 신나고 빠르게 변주하며 흥을 돋우었다.

 

한 관객은 “다른 듯 하지만 남북한의 가곡은 결국,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감응을 주는 똑같은 음악이며, 똑같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김철웅 피아니스트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통일이 언제 될 거 같으냐’고 자주 묻는다면서 그것을 자기가 어떻게 알겠느냐고 반문한다.

 

다만 “통일이라는 것이 통일의 비용, 정치적 관계 등 수많은 난제들을 함께 안고 있기는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통일은 그저 자신이 거닐던 그 거리를 자유롭게 걸을 수 있고, 만나고 싶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것, 그것이 통일 아니겠느냐”고 말하며 “남한과 북한의 자유로운 왕래, 교류, 이어짐을 기다려 본다”고 담담한 꿈을 전했다.

 

이어 “그런 시간들이 올 때 서로가 서로의 노래를 알고 함께 부를 수 있다면 이 단절의 시간동안 쌓이는 수많은 오해와 억측의 시간들이 더 빨리 녹아지고 이해와 공감의 시간들이 더 빨리 올 것임을 믿는다”고 밝혔다.

 

관객들의 앵콜 요청으로 ‘그리운 금강산(한상억 작사, 최영섭 작곡)이 강당에 울려 퍼지며 2024 평화콘서트 ‘남북 가곡의 밤’이 마무리 됐다.

 

예술로함께 관계자는 “앞으로도 북한이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 교류하고 왕래하는 그 날이 올 수 있도록 평화의 염원을 담은 ‘남북 가곡의 밤’이 아름다운 선율을 통해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다”고 전했다.

 

한국지역사회교육재단 관계자는 “남북 가곡을 통해 한민족의 동질성을 느끼는 공감의 기회가 되고 남북 평화와 화합 기원을 위한 음악회에 탈북민들 뿐만 아니라 더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참여하기를 기대해 본다”고 전했다.

 

 

김민성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