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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원 칼럼] 비만 권하는 사회

      지난 11월 19일 국회에서는 만성질환의 원인인 비만을 예방,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비만 기본법’이 발의되었다. 비만은 음식물 섭취량과 소비량의 지속적인 불균형으로 체내에 지방이 축적되는 질병이다. 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혈관 질환, 암과 같은 난치병의 위험 인자다. 비만은 염증을 일으키는 인자인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조직을 손상하고, 암세포를 활성화한다. 또한 지방 세포의 증가는 여성호르몬을 생성하여 유방암과 자궁암 발생에 관여하고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켜서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한다. 비만으로 인한 혈관의 지방 축적은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규정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비만에 질병 코드를 부여하였다. 비만은 개인의 정서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끼치며 사회 경제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지출시킨다. 국민건강 보험공단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이미 15조 원을 넘었으며, 해마다 7%씩 증가하여 흡연과 음주로 파생되는 비용을 추월했다.

 

      진화생물학에서는 비만을 진화의 오작동으로 설명한다. 그동안 인간의 몸은 자연환경에 적응해 왔지만, 사회환경의 급격한 변동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생활과 사회환경의 변화는 식량이 부족한 환경에서의 생존을 위한 지방 축적의 기능에 혼란을 일으켰다. 식량이 부족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방 축적하는 생존 전략은 넘쳐나는 초가공식품과 고열량, 고지방 식품과 산업화를 통한 인간의 활동량 저하에 적응하지 못하였다. 또한 다원화된 사회 구조 속에서의 스트레스는 내분비 기능의 왜곡을 가져왔다. 우리 몸의 호르몬 중에 인슐린과 코르티솔은 지방 대사에 관여한다. 인슐린은 지방을 저장하고 코르티솔은 저장하는 위치를 결정한다. 스트레스로 인해 인슐린과 코르티솔의 양이 증가하면 뱃살이 늘어난다. 내장지방은 간 옆에 있어서 굶주릴 때 신속하게 간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기능이 오히려 해가 되고 있다. 스트레스로 비만이 오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하여 먹으면서 비만은 가속화된다. 배가 불러도 더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이유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보상효과 때문이다.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만족감은 일종의 쾌락이며 도파민을 분비하는 일종의 중독 현상이다.

      비만은 사회적 질병이며 개인적 과식과 운동 부족의 결과만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의 변화와도 연관된다. 산업화와 도시화는 스트레스는 증가시키고 신체 활동은 제한한다. 디지털 문화는 비만을 유발하며 식품 광고 미디어는 건강에 대한 정보를 왜곡하거나 과장하여 식습관을 왜곡한다. 이제 비만은 부유한 계층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빈곤계층으로 세계화되었다. 소득이 낮을수록 건강을 위한 시설과 정보에서 차단되며 고가의 건강식품보다 저가의 가공식품과 저영양 식품에 의존한다. 개발도상국의 비만율이 높은 이유도 선진국이 잉여상품을 냉동식품이나 통조림과 같은 가공식품을 개발도상국 시장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와 함께 비만 인구의 증가는 사회적 비용의 급속한 상승을 초래하여 사회적 위기를 조장한다. 개인적 차원에서 비만을 치료하는 길은 에너지 섭취를 줄이고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운동만으로 섭취한 에너지를 소진하기는 불가능하고 에너지의 섭취를 줄이고 호르몬을 자극하는 환경을 변화시켜서 우리 몸의 조절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 비만 인구가 늘어나면 사회적 비용이 급증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정책적 관리도 필요하다. 비만은 사회적 고립과 우울증 같은 정신적 질환을 가져오기에 신체적 회복 외에도 심리적, 사회적 지원이 제공되어야 한다.


홍순원 논설위원·(사)한국인문학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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