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EF 심포지엄 ‘대전환시대, 시민리더십을 생각하다’ 성료

 

한국지역사회교육재단(KCEF, 이사장 곽삼근)의 ‘대전환시대 시민리더십을 생각하다’ 주제 2024 KCEF심포지엄이 3일 한국언론진흥재단 국제회의장에서 성황리에 펼쳐졌다.

 

지역사회교육운동 및 평생교육 관련 단체 대표와 실무자, 현장 활동가, 학계 원로, 연구원 등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문명 전환시대의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논의의 시간을 가졌다.

 

 

김주선 상임이사의 사회로 한국지역사회교육운동의 역사와 故정주영 초대이사장을 비롯한 역대 이사장의 메시지를 담은 영상자료가 상영되고, 곽삼근 이사장의 개회사가 이어졌다.

 

취임 당시 ‘공동체성 회복’과 ‘K-정신문화’를 키워드로 강조했던 곽 이사장은 “오늘의 선언을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 매우 의미 있고 감사하다”며 “문명 대전환 시대, 다원주의 사회에서 존중과 배려로 서로를 인정해 주고, 초기 지역사회교육운동의 본질인 ‘다 함께 공동의 상생정신’을 살려가자”고 선언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K-Culture 등이 주목받는 이 시대는 한국이 선도자로서 어떻게 새로운 문명 전환을 맞이할 것인가를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해야 할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축사에서 KACE연합 권두승 회장은 “이 땅의 선각자들이 지역사회교육운동을 열심히 펼쳐왔기에 오늘의 활동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지역사회운동이 50주년을 넘어 더 멀리 100주년 기념식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그 자리에 있던 사람으로서 함께 손잡고 이 땅의 지역사회교육운동이 더욱 꽃필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심포지엄은 제1부 리더십 Insight 세션, 제2부 패널토의 세션, 제3부 Insight Wrap-up 세션으로 구성됐다.

 

제1부 리더십 Insight 세션에서 진행을 맡은 이성엽 심포지엄 준비워원장(아주대 교수)은 “복잡한 세상에 가득 찬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시민, 지역사회교육, 리더십 세 가지를 화두로 우리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줄 귀한 세 분을 모셨다”며 첫 발표자로 현경 교수를 소개했다.

 

현경 교수는 이화여대 교수, 미국 하버드대 초빙교수를 거쳐 미국 유니언신학대학에서 아시아계 여성 최초로 종신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대학원 교수 소울 코치로 활동 중이다.

 

현경 교수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과 문명전환시대의 리더십’ 주제 강연을 펼쳤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식은 음개벽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다···지금까지와는 다른 문명의 결이 도래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며 인간성 상실과 환경 문제, 무분별한 기계문명 등 복잡한 이해관계와 갈등으로 빚어진 전 지구적 위기 상황을 토로했다.

 

이어 “음(陰) 중심의 문화, 여성성으로 표현되는 특성들이 이끌어가는 새로운 문화가 한반도에 도래할 것이다”며 한강의 작품을 통해 ‘문명전환의 힘이자 시민사회를 이끌어 갈 리더십’을 세 가지로 요약해 풀어갔다.

 

현경 교수가 소개한 새로운 문명을 만드는 첫 번째 리더십은 연약함의 힘(Power of Vulnerability)이다. “근육이나 두뇌의 힘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가슴의 힘, 미약한 진실을 향해 전부를 걸고 달릴 수 있는 힘, 사랑 때문에 구하러 가는 보드랍고 연약한 여성적인 힘이다”

 

두 번째 리더십은 체화의 힘(Power of Embodiment)이다.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을 사느냐가 중요하다. 자기가 믿는 진리와 양심을 자기 몸으로 살아가는 힘이다”

 

세 번째 리더십은 연결의 힘(Power of Connection)이다. 개미와 나비, 거미를 상징으로 설명했다.

 

세 가지 리더십을 각각 한강의 작품과 등장인물의 에피소드로 풀어낸 현경 교수는 “한강이 말했던 연약하고 밀려난 사람들이 그 양심의 빛으로 체화해 새로운 세계를 끌어오는 세상을 본다”고 했다.

 

이어 “옛날 어머니들로부터 내려온 살려내는 힘, 우리가 가는 곳마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살아내고 살아나고, 내가 나를 살릴 수 있고, 내가 가는 모든 기관과 그룹들이 살아날 때 문명이 변할 수 있다”며 “우리 모두가 살려내는 사람, 살리미스트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 발표자 백기복 국민대 명예교수(휴넷 글로벌리더십연구원장)는 여과 없이 받아들인 서양의 리더십이 주류를 이루던 상황에서, 그 이론을 우리 상황에 어떻게 변용하고 창조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한국형 리더십을 개발하고 연구해 온 리더십계의 대가다.

 

‘대전환 시대 리더십의 방향, 프래그매틱스- 실용주의 리더십’ 주제 강의를 펼쳤다.

 

 

미국 경영학회 참여 시 “한국이 발전하게 된 철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시원스레 답변하지 못했던 경험을 계기로, 학계 전문가들과 각종 자료를 통해 끈질긴 연구 끝에 찾아낸 백 교수의 답은 ‘실용주의’다.

 

“조선시대가 성리학의 역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당시 인구의 95%를 차지한 평민과 하층계급이야말로 조선을 대표하는 사람들이고, 그들의 삶 속에 우리의 중심 사상이 있다는 판단으로 하루하루를 먹고 살기 위해, 사회 근저에서 경제활동을 지속한 백성들의 삶에 영향을 끼친 중심 철학을 찾았다”고 밝혔다.

 

실용주의 사상은 시공간을 넘어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특히 “한국의 실용주의는 ‘상생형 실용주의’다”고 정의하며, 조선왕조실록을 통틀어 단 한 번 나온다(세종 26년)는 ‘생생지락(生生之樂): 고단하지만 일상의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즐거움’을 소개했다.

 

이어 “세종대왕은 ‘위에 있는 사람’의 임무는 ‘백성의 생생지락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갈파했다”고 전했다.

 

“문제를 보면 피하지 않고 끊임없이 실천해서 성과를 내고, 당장 해결할 수 없으면 뒷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주춧돌을 놓는 것이 실용주의 리더의 역할이다”며 “조그만 성과들이 쌓이고 쌓여 사회 곳곳에서 기초를 이루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했다.

 

양극화, 저출생, 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참석자들과 함께 짚어보며, 최근 발간한 본인의 저서 ‘프래그매틱스(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24. 11)’와 연결해 상생형 실용주의, 즉 ‘K-프래그매틱스’와 실용주의 리더십으로 어떻게 접근하고 적용해 갈 수 있을지 이야기했다.

 

이어 “이 땅의 백성들은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잦은 환경의 압박과 도전을 이겨내며 생존해 왔다···함께 이겨내는 ‘상생 실용’만이 유일한 무기였다. 이들을 대변하는 실용주의 리더들이 공동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긴 세월을 면면이 떠받쳐 왔다”고 설파한 백 교수는 “전환의 시대에 우리 시민단체는 실용주의를 구현해 나갈 수 있는 최전선에 서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 세 번째 발표는 ‘소통의 위기와 온라인 공동체 리더십’을 주제로 ㈜밑미 온라인 공동체 손하빈 대표가 나섰다.

 

이화여대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하고 IT 관련 비즈니스 컨설팅, 브랜드 마케팅, 커뮤니티, 플랫폼 분야의 경력을 쌓은 손하빈 대표는 ‘모든 사람이 자기답게, 건강하게, 진짜 나의 모습을 찾도록 돕는 일을 하자’는 일념으로 자아 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meet me)를 창업해 운영 중이다.

 

손 대표는 ‘나라는 존재’ 이전에 ‘나의 역할’로 평가받는 사회 분위기를 말하며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가면을 권장하는 사회다”고 했다.

 

또한 “SNS는 무수한 연결을 가능하게 했지만, 동시에 자신을 꾸미고 과시하는 플랫폼이 되었고 관심이 곧 자본으로 연결되는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들은 관종 사회에서 타인의 시선과 관심에 매달려 살기 때문에 항상 불안에 시달리며 빠른 번아웃을 일으키는 혹독한 환경을 불러왔다”고 했다.

 

특히 자아가 형성되기도 전에 SNS 환경에 노출되며 자라온 오늘의 젊은이들이 겪는 심한 불안감과 번아웃 증상 등에 관해 이야기하며, 이들에 대한 기성세대의 관심과 이해를 당부했다.

 

손 대표는 “관종 사회에서 타인의 관심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내가 나를 바라보고 관찰하며 나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나의 속도대로 나답게 성장할 수 있게 돕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이렇게 성장한 사람들이 모이면 안전한 커뮤니티, 즉 불안감 없이 자기 속도로 다양하게 살아가는 커뮤니티가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밑미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또 “사회에서 쓰는 가면을 다 벗고 살 수는 없지만 가면을 벗고 솔직한 나를 마주하고 드러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밑미 커뮤니티의 다양한 리츄얼 프로그램과 운영 과정 등을 상세히 소개해 참석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손 대표는 밑미 온라인 커뮤니티에 연대하기 위한 3가지 조건을 이야기했다.

 

첫째, 변함없는 가치가 공유되는가. “밑미는 나를 조건 없이 돌보는,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마음’이라는 변함없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둘째, 취약성(나의 솔직함과 진실함을 드러낼 수 있는가) “밑미는 가면을 벗는 커뮤니티다. 민낯의 시간이 필요함을 알게 하고 민낯으로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솔직하게 나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가운데 신뢰 자산이 쌓이고, 신뢰는 유대감을 형성한다”

 

셋째, 응원과 지지(동반자) “밑미의 가장 중요한 언어는 응원과 지지다. ‘괜찮아’라고 말해줄 수 있는 존재, 저 멀리서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아니라, 옆에서 같이 걸어가 주는 동반자가 필요한 시대다”

 

이어 손 대표는 독일의 철학자 니체(Nietzsche)를 인용하여 “진정성은 전염된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진실을 말할, 때 우리도 우리 안의 진실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며 “밑미는 이 가치를 전파하기 위한 사업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지 않으려 노력하며 일하고 있다. 그러면 자기를 드러내려는 유저들이 모일 것이다”고 확언하며 발표를 마쳤다.

 

2부 패널토의 세션은 한국방송대 명예교수인 지역사회교육실천본부 이해주 회장 진행으로 리더십 인사이트 세션의 세 가지 주제 발표에 대한 토론으로 이루어졌다.

 

 

한준상 연세대 명예교수(KCEF 이사), 신제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윤석만 중앙일보 기획취재국 에디터와 함께 진행자 이해주 회장 역시 패널로 참여했다.

 

각 분야에서 쌓아온 지식과 통찰로 세밀한 분석과 비판, 질문을 던지며 의견을 더하고, 관점의 변화와 생각의 폭을 확장하게 하는 열띤 토론의 장이 펼쳐졌다.

 

앞서 발표한 발표자들과 토론자, 참석자 간 질의응답 후에 주성민 명예이사장의 인사이트 랩업 세션이 이어졌다.

 

주성민 명예이사장은 “심포지엄을 통해 재단이 갖춰야 할 리더십에 영감을 얻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며 “안으로는 셀프 리더십으로 자정 작용이 가능한 단체가 되고, 밖으로는 지역사회교육과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팔로우 리더십을 갖춘 단체가 되어야겠다”고 했다.

 

이어 “개인·가정·학교·사회·세계가 함께 행복해지는 리더십 교육을 지향점으로 KCEF리더십을 재정비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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