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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원 칼럼] 빈곤한 노후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인 빈곤의 문제는 저출산, 인구절벽과 함께 우리가 안고 있는 중요한 사회문제다. 기대수명의 상승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삶의 질이다. 노인 자살의 증가도 빈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2020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살을 생각하게 되는 두 번째 원인이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이며 해를 넘길수록 기존 사회보장제도로는 노년의 안정적인 생활에 필요한 소득을 보장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공적 연금제도가 정착하지 못한 상태에서 고령화라는 난제에 직면했다. 2023년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38개 국가 중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5위 국가인 미국이 22.8%로 우리의 절반으로 그 격차가 크다. OECD가 빈곤율을 정하는 기준은 ‘중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보다 50% 미만의 비율’을 나타내는 상대적 수치이다. 빈곤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소득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이며 노인 빈곤율은 노인인구가 저소득층을 형성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우리의 노인 빈곤율이 높은 이유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크기 때문이다.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하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한계상황에 처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몰락시킨다. 생산성이 낮은 저부가가치 업종의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2018년 최저임금을 급진적으로 인상한 결과 오히려 양극화가 심화했다. 최저임금을 올리자 저임금노동자가 노동시장에서 밀려나고 폐업하는 업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대면 노동시장이 축소되고 소득 격차가 확대되었다. 그 결과 기대수명은 늘어나는데 소득은 줄어드는 노인 빈곤의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노화가 진행할수록 질병의 발병률은 증가하여 노인의 생계비 중 의료비의 비중은 지속해서 증가하기 때문에 노인의 빈곤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노인 빈곤율이 높은 첫째 이유는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90% 이상으로 높기 때문이다. 노후의 부동산은 소득이 아니라 재산세 및 건보료와 같은 비용의 기초가 된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대부분 노인은 평생 근로소득으로 부동산 원리금만 갚다가 노후 줄어든 국민연금과 부동산만으로 빈곤한 노후를 보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장 시급한 일은 최저 생계비 지원이 아니라 연금, 의료, 주거를 위한 사회보장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기초연금 제도의 확립은 노인들에게 경제적 지원 효과를 넘어 사회적 연대감을 강화한다. 공적 근로에 따른 연금과 달리 기초연금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지 않기에 기초연금 지원 대상의 범위를 체계적으로 정하고 기초 연금액도 상향해야 한다. 기초연금 제도의 정착으로 노인의 생활이 안정되면 노인이 고립에서 벗어나서 사회활동의 기회가 확대되며 세대 간의 이해와 소통을 강화할 수 있다.

 

      노인을 위한 일자리를 확보해 경제 활동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노인 빈곤의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은 비노동 계급으로 인식되고 있기에 고령자가 늘어나면 사회적 불평등은 심화한다. 이 문제를 위해서는 노인 일자리가 단순노동에서 벗어나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생산성도 유지하고 양극화를 개선하는 길은 노인에 대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다. 노인 노동자를 고용할 때 임금의 일정 부분을 국가에서 지원하여 사용자와 노동자에게 함께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이 병행되는 것도 바람직하다.

 

홍순원 논설위원·(사)한국인문학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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