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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빚는 미술관 나들이 어떠세요

봄을 빚는 미술관 나들이 어떠세요?

-미술로 보는 한국의 근현대사-

  사람들은 엄혹한 절망의 순간에도 창작활동을 한다. 일제 치하에서도, 전란 후 극심한 좌우 대립과 절대 빈곤의 순간에도, 독재가 자유를 억압할 때도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미술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 그러나 시대를 한발 앞서 나간다. 시대를 앞서 읽고 싶다면 미술관을 찾을 일이다.

  ‘시대를 보는 눈: 한국근현대미술’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다. 미술관이 소장한 주요작품 300선 책 출고와 한국근현대미술개론서 출간을 앞두고 기념의 성격으로 열린다. 전시는 2층과 3층에서 진행된다. 3층 전시실에는 1900년대부터 1970년대 전기까지의 작품이, 2층에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현대까지의 미술품이 전시되고 있다. 한국 근현대 작품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관람객은 공간을 이동하면서 시대 변화에 따른 한국미술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데, 동양화에서, 유화, 추상, 조각, 설치, 영상으로 한눈에 한국 근현대 미술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한국근현대미술전 전시를 구성하는 섹션별 키워드는 시대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1. 전통미술의 변화와 유화의 도입 2. 관전미술과 새로운 표현의 출현 3. 해방과 전후 미술 4. 현대미술의 서막, 앵포르멜 5. 미술 표현 양식의 다양한 실험들 6. 1970년대 단색조 경향의 작품들 7. 새로운 형상 회화의 등장, 한국 극사실회화 8. 1980년대 이후 한국화 9. 민중미술, 10, 1980년대 다양한 소그룹 활동 11. 세계화의 시작 12. 개념적 태도 13. 비판적 현실 인식 14. 일상과 대중문화 15. 다원예술과 표현의 확장.

보다 쉽게 이해하고 친근하게

먼저 3층 5전시실에는 1900년대 근대미술을 전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다사다난했던 시대로 국권 상실, 군국주의, 해방, 6.25전쟁 등의 역사적 사건들이 일어난 시기다. 전통미술의 변화와 유화 유입, 관전미술을 통한 새로운 미술 출현, 해방 후, 前後의 혼란과 좌우 대립과 갈등의 시대에 새로운 미술에 대한 염원, 좌절이 동시에 나타난다. 눈여겨볼 작품으로 채용신의 <전우초상>, 이인성의 <카이유>, 이응노의 <영차영차>,<꽃장수>등을 들 수 있다.

<카이유> 이인성. 종이에 수채 78 x 57.5cm.1932

  6전시실에서는 1960년대 한국의 실험미술, 단색조미술, 앵포르멜 등의 경향을 띈 미술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이할 점으로 국전이 열리는 덕수궁 외벽에 국전을 반대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덕수궁 벽을 따라 전시되었는데, 이를 <벽전>이라고 부른다. 한편 추상미술의 등장과 함께 폐품에서 철을 오려내 제작한 조각 전상범의 <유산>은 이 시대 미술의 경향을 잘 드러낸 것으로 눈여겨 볼 작품이다.

<유산> 전상범.1963. 철

<기계주의와 인도주의> 김영중. 1964. 철

70년대 실험적 미술과 단색조 미술도 6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ST, AG그룹 등이 활동을 했으며 권위적 정치에 반대하는 청년문화가 출현하기도 한다. 일본의 모노화보다 앞서 곽인식은 물질의 작품화 시도를 했는데 <작품63>이 그 대표작이다. 곽인식의 작품활동은 당대 화가뿐만 아니라 후대작가들에게도 미친 영향이 크다. 단색조 미술은 일본에서 먼저 전시한 <백색5인전>을 필두로 70년대 화단의 주요 경향이 된다.

 

2층 3전시실에는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극사실화, 민중화 등이 주요 흐름이다. 이 시대에는 한국화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함께 수묵, 채묵, 채색 등 다양한 실험적 한국화가 등장한다. 한국화의 특징을 담은 민중화는 그 자체 고유명사로 세계에 알려지기도 할 만큼 한국적 특색을 잘 표현한 장르이다. 극사사실화인 고영훈의 <돌>, 권영우의 <무제>, 오윤의 <원귀도>, 등을 주목해 볼 만하다.

<작품63> 곽인식. 1963. 유리

<돌>고영훈. 종이에 유채.142x98cm.1985.

<돌> 확대

80년대 미술계의 특징으로는 소그룹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단색조 미술과 민중미술 양대가 주류인 가운데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유롭게 활동하는 일군의 화가들이 소그룹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신영성의 <코리안드림>은 폐가전 선풍기의 목을 사용하여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치 무용한 인간을 상징화한 작품이다. 4전시실에서는 1990년대 이후 현대미술을 만날 수 있다. 독일 통일, 소련 해체, 냉전체제 붕괴등 시대 대변혁과 함께 인터넷 보급, 대중소비사회 도래로 고급미술과 대중미술의 경계가 모호해진 시기이기도 하다. 국내적으로도 86 아시안게임, 88올핌픽 등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국내작가들이 해외에 진출하기도 했고 한편 해외 작가들이 국내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이 시대 미술은 ‘세계화의 시작’, ‘개념적 태도’, ‘비판적 현실인식’, ‘다원예술의 확장’등의 주제로 대별해서 살펴볼 수 있다.

눈길을 끄는 대형작도 있다. 1947년 제작한 이용우의 <강산무진도>로, 가로 21.7m 비단 화폭에 관동팔경을 담았다. 이 그림과 함께 김규진의 모본을 토대로 장인들이 자수한 ‘자수매화병풍'(19세기말~20세기 초) 등은 현대미술관이 2020년에 소장한 대표적 미술품으로 처음 선을 보인다.

 

추억의 시간여행

 

3층에서 시작하여 동선을 따라 이동하노라면 한국의 근대부터 현대까지 120년간, 변화와 부침이 극심했던 사회적 상황 속에서 미술이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 미술은 어떻게 시대정신을 구현해 왔는지, 미술과 사회가 서로 주고받은 영향을 살펴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묶였던 일상이 조심스럽게 흘러가는 봄날의 미술관 나들이, 과천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근현대미술 관람이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의 창고를 뒤져 찾아낸 오래된 사진 속 젊은 시절을 만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좋은 계절이다. 좋은 계절에 어울리는 좋은 전시회이다. 코로나 시대에 맞게 온라인(https://www.mmca.go.kr/main.do)으로도 큐레이터의 전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전시 계획은 2022년까지다.



글/사진 김 영 문 (본 재단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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