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미술계의 특징으로는 소그룹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단색조 미술과 민중미술 양대가 주류인 가운데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유롭게 활동하는 일군의 화가들이 소그룹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신영성의 <코리안드림>은 폐가전 선풍기의 목을 사용하여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치 무용한 인간을 상징화한 작품이다. 4전시실에서는 1990년대 이후 현대미술을 만날 수 있다. 독일 통일, 소련 해체, 냉전체제 붕괴등 시대 대변혁과 함께 인터넷 보급, 대중소비사회 도래로 고급미술과 대중미술의 경계가 모호해진 시기이기도 하다. 국내적으로도 86 아시안게임, 88올핌픽 등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국내작가들이 해외에 진출하기도 했고 한편 해외 작가들이 국내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이 시대 미술은 ‘세계화의 시작’, ‘개념적 태도’, ‘비판적 현실인식’, ‘다원예술의 확장’등의 주제로 대별해서 살펴볼 수 있다.
눈길을 끄는 대형작도 있다. 1947년 제작한 이용우의 <강산무진도>로, 가로 21.7m 비단 화폭에 관동팔경을 담았다. 이 그림과 함께 김규진의 모본을 토대로 장인들이 자수한 ‘자수매화병풍'(19세기말~20세기 초) 등은 현대미술관이 2020년에 소장한 대표적 미술품으로 처음 선을 보인다.
추억의 시간여행
3층에서 시작하여 동선을 따라 이동하노라면 한국의 근대부터 현대까지 120년간, 변화와 부침이 극심했던 사회적 상황 속에서 미술이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 미술은 어떻게 시대정신을 구현해 왔는지, 미술과 사회가 서로 주고받은 영향을 살펴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묶였던 일상이 조심스럽게 흘러가는 봄날의 미술관 나들이, 과천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근현대미술 관람이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의 창고를 뒤져 찾아낸 오래된 사진 속 젊은 시절을 만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좋은 계절이다. 좋은 계절에 어울리는 좋은 전시회이다. 코로나 시대에 맞게 온라인(https://www.mmca.go.kr/main.do)으로도 큐레이터의 전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전시 계획은 2022년까지다.
글/사진 김 영 문 (본 재단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