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무엇도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웁기에, 어떤 것도 말을 하고나면 늘 결핍을 느낀다.
무언가 적절치 않거나 명료하지 않거나 충분하지 않다고.
사랑.. 이라면 더더욱.
나의 경우는 차치하고,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연인이 생겼을 때 그 사랑을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어쩌면 표현할 수 없다는 이야기.
그래서 종종 엉뚱한 말을 하게 되는. “달이 참 밝군요.” 같은. 그 이유가 무어냐는 것. 글쎄..
우선 생각나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은 전혀 논리적인 것이 아니어서이지 않을까.
전혀 이유 없이 그냥 끌려가는 것.
Loving you is a losing game 이라는 노래 제목처럼
지는 게임인 줄 알면서도 방어가 안 되는지라,
말이란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인데, 내 마음 나도 모르니, 무슨 말을 해.. 인가?
아니면, 사랑이란 어쩌면 감정의 홍수 상태라 말이 나오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고.
그리고 할 말을 못 찾아 멈추어 있다가, 방금 친한 선생님들 Zoom 모임 끝나면서
살짝 물어보았더니 나름 여러 가지 답.
사랑은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심오하다.
너무나 다른 차원이라, 그것을 표현할 만한 적절한 용어가 없다.
평소의 관계에서와는 너무나 다른 감정이라, 일상적으로 하던 말로는 할 수가 없다.
젊은 사람들인 경우라면, 그것은 오히려 감정보다는 호르몬의 분비로 신체적 반응이 우선하여 정제된 언어로 표현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등등..
아, 또 한 분은, 사랑은 말이 필요 없는 거라고.
이제야 그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거구나 싶다.
저 그림은 아마도 사랑이 시작될 때인 듯 보인다.
여러 신호들. 긴지 아닌지, 이건지 저건지, 같은지 다른지, 아니면 이렇게 저렇게..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비슷해 보이지만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어쩌면 그 모두가 다 사랑인데, 신호가 서로 맞아야 될 텐데.
상대방에게 마음이 전달되도록 신호를 보내고,
보내온 신호에서 제대로 그 마음을 포착하며 서로 주고받는 것이 바로 대화이거늘.
허기사 말만 말이 아니다. 모든 것이 말이다.
말하지 않는 말이 더 큰 소리로 말한다는 말이 있다.
표정, 몸짓, 태도 등등의 비언어적 표현들. 그 모두가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말하지 않는 말로 더 크게 말하고 있는 것일게다.
평화..
글. 유수정 (본 재단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