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의 마지막 날,
지금 여기서 우리는 지역사회교육운동의 모태이자 둥지인 KCEF 한국지역사회교육재단의 ‘다음 페이지’를 열어 갈 새로운 출발, 아니 ‘탄생’을 고하려 합니다. 오래고도 새로운 미래, 지역사회교육의 ‘내일’을 열기 위한 ‘미지로의 항해’를 시작하려 합니다. ‘담장 너머 더 튼 세상을 향한’ 웅비를 위함입니다.
‘한 아이를 잘 기르기 위하여(To touch a child)’라는 한 편의 영화가 건네준 진한 감동과 교훈의 가르침은 미국 플린트시를 넘어 한국으로 건너와 우리의 지역사회교육운동 효시를 여는 단초가 되었습니다. 재동초등학교 복도 한 모퉁이에 눈에 잘 뜨이지도 않을 조그만 나무 책상 하나 놓고 시작했던, 참으로 어설펐던, 그런데 참으로 위대했던 ‘우리네 지역사회학교운동’의 시작이었습니다.
겁 없이 젊고, 거침없이 뜨거웠던 초기 실천운동가들, 그들을 믿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그저 믿고 응원해 주신 ‘고 정주영 회장님’의 숭고한 교육 운동의 시대 정신 덕에 저희들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평생을 오롯이 외길 인생 지역사회교육운동에 투신해 오신 ‘주성민 명예 이사장님’의 50년 성상의 세월, 그 시간들을 가히 무엇으로 가름하고 보답할 수 있을까 마는, 그래도 우리는 오늘 이 자리를 빌어, 그 크나 큰 헌신과 공로에 온 마음을 담아 감사함을 전하고자 합니다.
재단이 가장 힘들고 어려웠을 때, 결코 포기 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철옹성같은 강인함으로 재단을 꿋꿋이 지켜내 주신 제4대 한상완 이사장님, 제5대 유승희 이사장님 이 두 분선대 이사장님들의 노고와 헌신은 또 어찌 기리고 감사할런지요. 유구무언입니다. 한없는 감사의 마음을 두 분께 전하며 깊은 감회에 젖어 들어 봅니다.
그 후 오십 년의 길고 긴 시간들, 우리의 지역사회교육운동은 마치 윤동주 시인의 시 ‘새로운 길’처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내일도’ 새로운 길의 연속이었습니다. 내를 건너 마을로 들어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내며 전설처럼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왔습니다.
재단의 시작, 1988년, 우리는 드디어 명실상부한 재단법인 ‘한국지역사회교육연구원’의 문을 엽니다. 가히 지역사회교육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대 전환’이 아닐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1995년 방이동에 ‘지역사회교육회관’을 건립하여 ‘희망의 새 둥지’를 틀고 ‘배움과 나눔과 이음과 돋움’을 위해 달렸던 시간들은 물론 진화와 성장의 탄탄대로 양지만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혹독한 시련의 시간 들이 우리를 훑고 가르고 지나갔습니다. 어두운 터널, 기나긴 진통의 시간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역설스럽게도 그 또한 ‘배움’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성장통을 겪고 난 후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더 커졌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렇습니다. 그 흔들림과 거친 바람의 시간들 속에서도 우리는 그 누구랄 것도 없이,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희망로를 달릴 준비를 마쳤습니다.
하여 우리는 지금 이시간을 새로운 출발이나 시즌2가 아닌 ‘거듭남의 탄생’이라 감히 고하려 합니다. 그 첫 단추를 오늘 여기서 끼우고자 합니다. 멀고도 험한 길을, 답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미로를 손잡고 함께 걸어와 주신 많은 지역사회교육운동의 동행자들, 동반자들과 함께 걷는 함께 하는 첫걸음을 다시 내딛으려 합니다.
역사의 뿌리 정신은 결코 내려놓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지나간 시간들 보다 앞으로 함께 걸어 나갈 ‘희망의 미래 대로’를 먼저 생각하고 만나 보려 합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지금보다 더 크고 위대한 공동체 세상(Good To Great Community)을 일구는 교육재단으로서의 소명을 가슴 저 깊이 품고 달려가려 합니다. 담장을 넘어 더 큰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가로질러 가려 합니다.
공동체가 스러져 가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갈라짐과 나뉨이 성성하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각을 세우고 때론 혐오를 하기도 하는 각자도생의 시대에, 그래도 아직 그 빛을 거두지 않고 있을 법한, ‘위대한 공동체 세상‘을 일구는 일이 남아 있기에 우리의 이제 남아 있는 그 소중한 모든 시간을 여기에 쓰려합니다.
‘뉴턴의 사과’가 지금 우리 앞에 와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뉴턴이 아닌 우리 ‘지역사회교육재단’이 키워 낼 ‘우리들의 빨간 사과’입니다. 끝 간데없는 상상력으로, 새로움으로, ‘다시’ 정신으로, 재단은 지역활동가 모두를 위한 튼실한 둥지가 되고 울타리가 되어드리려 합니다.
경계를 넘어 차별과 배제가 아닌 ‘차이의 아름다움’으로, ‘다름의 미학’으로 승화시켜내는 ‘똘레랑스’의 산실이 되고자 합니다. 5대 플랫폼인 연구개발의 산실, 장학의 산실, 공동체 돋움의 산실, 지역활동가 키움의 산실, 디지털 메타 지식 공유의 산실로 거듭나려 하는 재단의 첫걸음을 응원해 주십시오.
같이 함께 걷겠습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했습니다. ‘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는 ’집단지성‘의 힘을 믿기에, ‘혼자’가 아닌 ‘다 같이’를 존중하며 손잡고 함께 달려가려 합니다. ‘한 모퉁이 정신’으로, 여럿이 함께 걷는 길의 위대함을 믿으며 ‘지역사회교육운동’의 힘찬 항해를 이제 시작하려 합니다.
라이온 킹이라는 명 뮤지컬에서 미어켓이 외치던 ‘하쿠나 마타타’… ‘문제 없어요. 근심 걱정 모두 떨쳐 버려요. ’다 잘 될 거예요’ 라는 함성이 지금 예서도 들려오는 듯합니다. 그렇습니다. 그 누구도 혼자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세상, 재단은 우리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마음에 ‘해를 품고’ 어둠을 걷어내는 ‘늘 해랑’ 같은 사람들, 그런 우리가 바로 재단의 주인입니다.
함께 해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